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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자/정신 및 마음건강

자존감과 수치심 대신 자기 자비로 대응

by 마음 여행자 2022. 5. 27.

자존감과 수치심 대신 자기 자비로 대응

자기 계발과 심리 분야에서 자신감을 대신해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이제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자존감은 개인의 외부나 내부 전반에 대한 가치 평가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자존감은 처한 상황에 따라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며 불안정하다. 우리는 보다 흔들림 없는 자기 신뢰를 가져야 한다. 조건 없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 이 역시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마음 챙김 명상은 서서히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평가와 판단으로부터 벗어나, 존재하는 생명 그 자체로서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게 한다. 번아웃과 스트레스, 관계 단절로 인한 외로움과 가정 붕괴로 인한 마음의 상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소모되고 있으며 고통받고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이 담고 있는 자기 자비의 태도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다. 오늘은 자존감과 자기 자비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고 수많은 자기 평가와 판단 속에 생겨난 자기비판과 수치심의 태도가 얼마나 자신을 방해하는 요인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자존감과 자기비판적 태도(수치심)를 자기 자비와 비교해보면서 자기 자비의 중요성을 구체화시켜 본다.

 

자기 자비와 자존감의 차이

앞서 우리는 자기 자비의 태도를 강화하는 것이 마음 챙김 명상의 궁극적 목표라고 배웠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쓰는 자기 자비와 자존감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자존감이란 한마디로 스스로 느끼는 자신을 존중하는 느낌을 의미한다. 자존감이란 단어는 심리적 자기 계발서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지나치리만큼 강조해왔다. 당신이 겪는 모든 문제를 자존감과 연결시켜 자존감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서적들이 넘쳐났다. 책들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 역시 자존감 열풍이 일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안타깝게 자존감이라는 개념으로는 실제 큰 효과와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자존감이란 단어의 의미 자체는 좋다. 하지만 자존감을 높이는 방식에는 외부의 성취나 성공과 같은 자기 계발적 요인이 전제돼 있다. 자존감이란 자아, 즉 자신을 존중하는 느낌, 기분을 말한다. 접근 방법이 잘못되었는데,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무언가를 고쳐야 하고 성취해야 하고 이뤄내야 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자기를 위해 건전한 접근법도 안되고 효과도 없다는 연구 결과는 지속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자존감과 자기 자비 둘 다 심리적 건강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둘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자존감은 자기 가치를 입증하는 데 자기 존재 자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성취해서 가져와야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자비심의 뜻은 어떤 상황에 관계없이 존재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마음이다. 즉 자비심의 뜻에는 조건이 없다. 자존감과는 달리 어떤 조건도 붙지 않는다. 자비심을 자신에 제공하는 것이 자기 자비다. 자신을 무엇을 잘하든 못하든, 존재 자체로 무한히 수용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반면 자존감은 불안정하다. 최근의 실패에 따라 자존감이 높았다가 낮아졌다가를 반복한다. 일이 잘 풀려갈 때는 우리의 협력자가 되어 주지만 조금의 외부 상황이 뒤틀어지면 금세 자신감과 용기를 잃어버린다. 정말 힘이 들고 상황이 나쁠 때 자존감은 도와주지 않고 외면한다. 반면 자비심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상황이 좋건 나쁘건 무엇을 성취하건 하지 못하건, 자비심은 그것과는 관계하지 않는다. 오로지 조건 없이 당신 자신을 밑바닥에서부터 두 손 모아 감싸준다. 자존감은 실수를 하면 자신을 자책하지만, 자기 자비는 실수나 일이 그릇되었을 때도 그 안에서 배울 만한 성장의 계기를 만들려는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

 

자기 자비와 수치심

우리는 흔히 역경에 처해있을 때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대응한다. 자기 판단과 수치심에 휩쓸려 자신을 공격하거나, 자존감을 높이려고 합리화하거나 위로의 말로 실수를 덮으려 한다. 두 방식 모두 문제를 명확히 마주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다. 특히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책이나 자기 비난을 습관적으로 하는 걸 자주 본다. 이는 문제를 더 흐리게 하며 자기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대응 기제다. 반대로 자기 자비는 모든 것을 수용하는 힘이 돼주기 때문에 마주하기 힘든 감정이나 문제를 마주하도록 용기를 내게 한다. 그렇다. 자기 자비는 어둡고 직면하기 어려운 부분을 마주할 용기를 제공한다. 용기를 내어 마주하고 그 문제를 치유하는 데 필요한 변화를 제공한다. 우리는 일이 틀어지면 습관적이고 반사적인 반응으로 자신을 탓한다. 모든 것을 자신의 결함이나 부족함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자신을 고치거나 변화시키면 해결되리라고 믿는다. 자신을 책망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동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설사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끊임없이 자신의 자책하는 부분으로 남아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수치심은 자신을 형편없게 여기게 할 뿐만 아니라 기억과 의사 결정과 감정적 대응을 관장하는 영역인 편도체에서 노르에피네프린과 코르티솔을 분비시킨다. 이 두 가지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감지된 위협을 제대로 못 보게 하며 인지적 유연성을 억제한다. 쉽게 말하면 수치심은 불필요한 생존 신호를 울림으로써 문제 해결 대신 생존 본능(반응)적 행동을 취하게 만든다. 자기 자비, 호의와 호기심의 태도가 뇌의 학습센터를 활발하게 하는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것과는 상반된다. 따라서 실수나 잘못의 상황에서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자기 자책보다는 자기 자비의 태도로 맞이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대신 자비롭게 대처하면, 실수에서 배우고 변화를 꾀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러나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여도 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비를 실천하기는 어렵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기 자비는 어렵지만 다른 사람들을 향한 자비는 보다 쉽다는 점이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자비의 태도로 수용하고 위로해주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실수를 저지르면 매우 혹독하게 자책하고 수치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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