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 여행자/정신 및 마음건강

결핍과 인정욕구 이해하기

by 마음 여행자 2022. 5. 22.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연인이나 중요한 대상자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정도가 지나친 사람도 있다. 대게 이런 사람들은 어린 시절 중요 양육자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이 충족되지 않은 채로 성장한 것이다. 정신 분석학의 거울 개념과 인문학적 관점인 미숙아 개념을 통해 인간의 인정 욕구와 결핍에 대해 살펴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결핍, 정신분석학의 거울 개념

정신분석학에서는 결핍을 생후 6개월에서 10개월 사이에 나타나는 거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감각과 의식이 통합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무엇을 먹을 때 자주 흘린다든지 여기저기에 묻히는 것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몸의 감각과 자기라는 인식이 통합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때의 유아들은 보통 거울을 보고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혼란스럽기만 하던 아이의 눈에 거울이 보여주는 자기 이미지는 이상적인 하나의 형태로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거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양육자, 부모다.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 곧 아이에게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거울 역할을 하는 부모의 말이나 행동, 태도들을 바라보며 아이는 비로소 자기라는 인식, 자아상을 형성시켜나간다. 부모의 눈이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 시기의 부모 역할이 곧 한 사람이 거의 평생을 가지고 살아갈 자아상을 형성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아이가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시기에 부모로부터 제대로 접촉이 되지 않거나 충분한 수용과 존중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결핍'이 생겨나는 것이다(혹은 반대로 과도한 애정에 매몰되어 버린다면, 성인이 되어서 연인이나 배우자와 같은 밀접한 대인관계 형성에서 반복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과잉적으로 사랑받는 쾌락에 집중되어 고착화된 성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떠받들어줄 거울을 찾는다). 이 시기에 외부 접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부족해서 결핍이 형성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자기 이상을 만족시켜줄 거울을 찾아 헤매게 된다. 이러한 결핍은 사람에 따라 평생을 함께 따라다니기도 한다. 지나치게 타인의 인정 욕구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바로 이 경우다. 이들의 대인 관계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 혹은 이상을 채워줄 거울을 마주하는 것에 불과하다. 연인 관계에서 이 같은 양상은 한쪽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대인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즉 이런 사람들은 자기 안에서 자기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를 비춰줄 거울로서의 타인을 찾게 된다. 문제를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반영이 없는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손쉽게 거울을 폐기하고 다른 거울로 대체시키는 증상적인 양상으로 흘러가기 쉽다. 이러한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거울이 없는 일종의 공백 상태를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신분석학에서는 조언한다.

 

인정 욕구, 미숙아로 태어난 인간 본성이자 숙명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해서 굉장히 약하게 태어난 존재로 본다. 100일이 지나서야 걸음마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며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걷기 시작하니, 다른 초식 동물이 태어나자마자 일어서는 것에 비하면 약한 존재다. 라캉이나 프로이트를 비롯한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을 '미숙아'라고 보았다. 생존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부모의 보호가 필요하며, 자아가 형성되고 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끊임없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때문에 아이가 부모로부터 사랑받고자 하는 인정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며 이를 위해서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기민하게 살필 수밖에 없다. 만약 자신의 생존과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부모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곧바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 따라서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그들의 가치관에 따라 자신을 맞추는 행동 양상을 보이게 된다. 어떤 어른이 타인의 인정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눈치를 본다면 그 사람은 아직 미숙아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 때문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애초에 생길 수밖에 없는 결핍의 자리(부모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보듬을 수 있는 태도를 갖춘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인정 욕구의 출발점은, 인간이 부모의 보호와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숙아라는 점을 인지하는데서 시작한다. 미숙아로 태어난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나 보살핌이 필요하고 그렇게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만 하는, 인간 존재의 숙명을 이해한다면 자신의 결핍이나 인정 욕구로 인한 고통을 받아들이기 한결 편안해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