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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자/정신 및 마음건강

원인은 ADHD가 아니라 엄마와의 관계

by 마음 여행자 2022. 5. 12.

원인은 ADHD가 아니라 엄마와의 관계

뮤지컬 배우 정영주의 아들은 어렸을 적부터 ADHD진단을 받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엄마는 정영주는 아들의 정신질환에 누구보다 신경을 쓰고 아이의 생활과 적응에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의 아들은 여전히 ADHD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또래에 비해 조절과 통제력이 낮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아들이 여전히 증상을 갖고 있다는데 있지 않았다. 또한 성인 ADHD로 진단을 내리기에는 그저 남들보다 조절과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부분의 성장이 더딜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 드러난 엄마를 향한 말들을 종합하면 아이의 근본적 문제는 엄마와의 관계에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 살아오면서 가정과 아들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함께 해주지 못한 시간이 많았다. 아이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으며, 엄마가 아이 곁에 머물때는 무언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이벤트성 엄마의 역할을 할 때 뿐이었다. 대화를 하면서 아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거나, 아니면 그저 곁에 머물러 주고 얘기를 들어주지 못했다. 오늘은 금쪽상담소 정영주 편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올바른 자녀 양육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근본적 원인은 엄마 정영주와 아들의 관계 문제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아들의 문제로 금쪽 상담소를 찾았다. 그녀의 아들은 어릴 때 ADHD 진단을 받고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20살 성인이 된 아들은 여전히 또래에 비해 공격적인 분노 표출로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나이에 따라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생각, 감정, 욕구, 행동에 대한 조절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20살인 그녀의 아들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이지만, 또래의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남들보다 조절과 통제 능력이 더딘 것은 사실로 보인다. ADHD는 사람의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이 더뎌서 발생하는 문제다. 하지만 아이의 분노나 공격적 행동들이 비단 성인 ADHD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고 오은영 박사는 얘기한다. 물론 그 역시 영향을 주지만 주된 원인은 정영주와 아들 사이의 관계 문제로 진단했다. 그녀는 아들이 어릴 때 서로 다른 양육관으로 남편과 심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잦은 갈등과 다툼으로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3년 전부터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 정영주와 살길 원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아들은 여전히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거나 분노를 촉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도를 넘는 과격한 행동으로 물건을 부수는 등 난폭하게 화를 표출한다고 한다. 아들과 얽힌 대화 내용이나 정영주가 아들에게 했던 행동이나 말들을 잘 살펴보면 아이가 엄마에게 서운하고 섭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대부분의 우리 부모들은 제대로 된 부모 교육을 배우지 못했다. 그저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하나로 길러왔다. 그래서 자식과의 관계, 대화에서 의도치 않은 오해와 상처를 남겨준다. 쉬운 예로는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와 단어 사용이 있을 수 있겠고 그것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얘기해야 아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잘 모른다. 정영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ADHD로 약물 복용을 했을 때 눈에 띄는 호전 상태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약효가 줄어들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때 그녀가 했던 말은 "너 약 안 먹었지"라고 한다. 당연히 그녀 입장에서는 나쁜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지만 듣는 아들의 입장에서는 상처가 되는 말이다. 아이가 약을 먹고 좋아지는 상태에 있을 때 칭찬을 해주고 약을 챙겨 먹는 일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끔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아직 어린 자식은 부모의 언어 뒤에 담긴 마음과 의도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냥 듣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린아이들인 것이다. 부부가 잦은 다툼에서 자식의 이름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그게 자식의 문제로 싸우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자기가 잘못하거나 문제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이다. 그만큼 자식을 가진 부모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의 언어로 솔직하고 진솔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들은 어머니 정영주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필요할 때 내 옆에 없지 않았느냐, 엄마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결정적일 때 엄마는 나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 라는 식의 말에는 섭섭하고 서운한 감정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그리고 오래 누적되었을 섭섭함과 서운함의 마음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무언가 요구사항이나 어떤 섭섭함을 느낄 만한 상황이 되면 그게 건드려져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선을 다했지만 섭섭하고 외로웠던 아이

사실 싱글맘인 입장에서 아들을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자식의 경제적인 지원을 위해 일을 하다 보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아이의 일상생활 속에 함께 있어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정영주 역시 한 사람의 엄마로서 그러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더 좋은 물건, 더 좋은 이벤트, 큰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같은 식으로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마치 가장 좋은 것들로만 이벤트처럼 선물하고 시간이 되면 사라지는 이벤트 엄마 같은 느낌이랄까. 잠깐 동안의 이벤트가 끝나면 아이는 다시 혼자 남겨지게 된다. 자신이 겪은 그날의 일들, 감정들, 생각들을 나눌 사람이 없는 채 외로웠을 것이다. 정영주의 아들 내면 깊이 있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스러운 감정은 아마 그런 외로운 시간의 누적만큼 분노로서 표현된 것이다. 엄마를 대할 때마다 늘 뭔가가 허전하고 속상하고 섭섭했을 것에 공감이 된다. 그리고 원망 섞인 분노도 이해가 된다. 아들이 엄마에게 바랐던 것은 이벤트 뒤에 있는 일상에서 우여곡절을 함께 겪으며 같이 머물러주길 바란 것은 아닐까.

 

정영주의 입장에서 그녀는 언제나 아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그녀가 나타나 마법처럼 해결해주었다. 하지만 아들의 마음에는 '엄마는 내가 정말 필요로 할 때 없었다'라는 생각을 마음 깊이 갖고 있다. 그녀에겐 이 말이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실제로 그렇게 느끼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 아들과 겪는 표면적인 문제 상황은 아들이 무언가 요구했는데 그녀가 들어주지 않을 때다. 이것은 단순히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아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오래 시간 쌓여온 서운함과 섭섭함의 표현이다. 때문에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한 섭섭함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본질적인 해결을 할 수 없다. 오은영 박사는 아들의 문제는 단순히 ADHD나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때 떼쓰는 것과 같은 가벼운 문제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아들로서 정당한 요구조차 수용받지 못했던 경험들이 오랫동안 누적돼있다. 이 커다란 마음의 빈 공간, 외로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단지 대화

자식들이 어떤 서운함이나 마음속 얘기를 꺼내면 부모들은 그때는 살기 바빠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쩌면 이 표현은 사랑을 주지 못하고 관심을 제대로 주지 못한 부모로서의 자신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떻게 보면 어른들이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 정말 아이들이 원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디테일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준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해주고 무언가 거창한 이벤트를 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함께 있어주고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만약 정말 먹고살기 힘들고 바빠서 필요할 때 함께 있지 못한다면, 아이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진솔하게 얘기해주면 된다. 같이 가지 못한 뒤에라도 이렇게 아이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면 아이는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알아듣는다. 가장 필요한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오해를 줄이고 관계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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