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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자/정신 및 마음건강

우울은 상황이 나아질거란 기대감이 들지 않을 때

by 마음 여행자 2022. 5. 19.

우울은 현재 상태에서 상황이 나아질거란 기대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생기는 무력함과 같다. 비록 상황은 힘들지만 어떤 비전이나 방향성이 있다면 우울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은 색다른 시각으로 오늘은 노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청년들이 우울감이 높은 이유를 실마리 삼아 우울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전연령대를 막론하고 삶을 피로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 구조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노년층보다 젊은 청년들이 우울에 쉽게 흔들리는 이유

우리가 흔히 우울하다,라고 하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우울은 우울증이라는 정신질환으로 분류되기도 하며 우울감이라는 하나의 감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모든 정신질환의 판단 기준은 정도(스펙트럼) 상에서 판단된다. 살면서 우울을 느낀다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어떤 일상생활도 할 수 있지 못하는 무기력의 상태다. 얼마나 우울한가, 묻기보다는 우울해서 어느 정도의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가 라는 질문이 타당하다. 최근 통계에서도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심각한 우울 상태에 놓여있다고 보고되었다. 그중에 나라의 미래인 20대와 30대 젊은 청년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비교적 삶의 경험이 많은 중장년이나 노년층의 비율과 비교되는 것은 인상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어쩌면 이러한 통계 수치는 당연한 듯 보인다. 아직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거나 삶의 어려움이나 굴곡을 겪는 중인 2,30대보다 이미 많은 우여곡절을 경험한 5,60대는 상대적으로 삶의 어려움이 닥쳐도 쉽게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여러 차례 힘든 상황과 실패를 겪으며 그 힘든 상황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지난 뒤에는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로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라는 노련한 마음가짐이 그들에겐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같은 시대에 살면서도 우울감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은 비슷한 경험을 적게 했기 때문이다. 누적된 경험이 많으면 그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감정에 대한 체감은 점점 감소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우울의 상태는 단순히 '아, 정말 우울하다'라는 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의 어려움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나 경험치가 없다면 지금 이 상황이 영원히 해결되지 않고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어려운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무력감을 느낀다. 그리고 무력감과 함께 오는 것이 바로 우울이다.

 

피로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

하지만 이런 연령대별 우울감 정도의 차이 말고도 전연령층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제는 바로 피로감이다. 이것은 해당 나이의 특성보다는 사회적 영향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노동)의 영역은 아주 세밀하게 쪼개지고 그 안에 하나의 부품처럼 움직여야 한다. 마치 기계가 돌아가는 속도처럼 인간은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여야만 한다. 복잡하고 더 넓게 더 멀리 연결된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예전과 같은 친밀하고 깊은 관계를 위한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되었다. 간편하고 쉽게 누구든 어디든 연결될 수 있지만 반대로 깊은 대화나 이야기를 나누는 에너지와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점점 인간관계나 일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기능은 예전만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로, 어느새부턴가 유행이 된 MBTI 역시 손쉽게 타인의 마음이나 성격을 파악하는 일종의 게임처럼 보인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한 항목을 수치화하며 16가지 유형 중 하나로 설정되는 이 간편함을 현대인은 포기할 수 없다.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주는 이 피로감은 또 어디서 오는 걸까. 우울증이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많지 않아서 연료가 바닥난 자동차처럼 더 이상 쓸 힘이 남아있지 않은 피로한 상태에서 겪게 된다.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피로감은 결국 의욕상실로 이어진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현대 사회 구조는 행복이나 휴식, 취미활동이나 깊고 친밀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기쁨들에 우리의 주의를 집중할 만큼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하는 탄력성이나 회복력도 지나치게 빠르게 변하고 복잡한 사회를 살아내느라 턱없이 모자란 시간을 애써서 만들어야 한다. 말 그대로 휴식도 계획적으로 열심히 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라도 어떤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근본적인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힘든 시기에 새로운 돌파구나 가능성을 찾고 희망을 볼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어떤 젊은이나 청년이 힘든 시기를 견디는 시간이 그저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비생산적인 것이 아니라, 훗날의 창조적 에너지로 환원시킬 수 있는 어떤 희망이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된 에너지를 회복할 여유를 환경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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