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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자/정신 및 마음건강

따돌림 경험과 부모의 엄격한 통제가 미친 영향

by 마음 여행자 2022. 5. 18.

따돌림 경험과 부모의 엄격한 통제가 그녀에게 미친 영향

어린 시절 또래나 집단으로부터 오해나 따돌림 경험을 받으면 어떤 심리적 문제가 야기될까. 그리고 한국 부모의 보편적인 양육방식인 엄격한 통제 속에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어떤 문제를 겪게 될까. 전직 아나운서였던 김경란이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털어놓은 고민과 이야기는 안타까웠다. 따돌림 경험과 부모의 엄격한 통제가 그녀의 인생 전반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생각보다 치명적이었다. 따돌림 경험이 만들어낸 주지화라는 방어기제는 자기부정적 신념을 강화시켰고 여기에 더해 부모님의 엄격한 통제는 사회 경험의 빈약으로 이어졌다. 이는 세상과 타인들의 보편적인 마음과 생각을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야기했으며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확신감의 결여로 나타났다. 그 결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나누어야 할 배우자와의 갈등으로 인한 이혼, 수많은 오해와 구설수 속에도 억울함과 분노라는 당연한 감정에 확신하지 못하고 모든 걸 자신의 잘못으로 흡수시키는 오래된 패턴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아나운서라는 번듯하고 똑똑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그녀의 진짜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틀을 깨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인 아나운서 김경란

아나운서 출신인 김경란은 직업 특성상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뻐도 너무 기쁘면 안 되고, 슬퍼도 너무 슬프지 않아야 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 때문에 본의 아니게 침착하고 반듯하며 한결같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쩌면 아나운서라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녀가 떠오른다. 벌써 10년도 전에 회사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해온 그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의 틀을 깨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김경란이 금쪽 상담소에 나온 이유도 도대체 이 '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은 남들에 비해 틀을 많이 깨왔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 말을 듣는지 의문이라고 한다. 이 틀이란 의미는 사회에서 부여한 틀이 있을 수 있겠고, 자기만의 생활방식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루틴 같은 걸 의미한다. 즉 틀에는 남이 만들어준 것이 있고 내가 고수하는 틀이 있다. 김경란은 퇴사와 이혼, 연기 등 남들이 말하는 틀을 지속적으로 깨고 살아왔으며 그녀만의 생활 패턴도 확고하다. 이 고민의 내용 자체보다는 이 고민을 이야기하는 방식에 그녀의 문제점이 드러나 보인다. 도대체 이 틀을 깨야하나, 말아야 하나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 말 자체에서 주변 사람들의 영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자기에 대한 확신감이 없어 보인다.

 

보편적 사회경험의 빈약과 자기 확신감의 결여

앞선 비슷한 맥락으로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스타일로, 주로 오해와 구설수에 오르는 일 때문에 심한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사람들의 오해에 대해 그녀는 그 말들이 내가 정말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며, 그저 내가 묵묵히 정직하게 일을 하면 언젠가는 오해들이 수정되고 바로 잡아지겠지, 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여기서 오은영 박사는 진단한다. 사람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받으면 화가 나는 감정이 자연스러운데 김경란은 화나 억울함을 느끼지만 자신의 그런 감정에 대한 확신감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또한 남들이 어떤 마음이나 의도를 가지고 그런 말들을 했는지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사회적 경험치가 부족해서 애를 먹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어떤 한 개인을 이해하려고 하면 어렵다. 왜냐면 사람마다 마음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전반적인 '세상'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돌아가는 흐름을 이해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반적으로 보편적인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오해에 대해서도 보다 마음 편하게 대처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나를 향한 어떤 말들에 대해서 자신의 좁은 경험치나 주관적인 관점을 대입하면서 불편함과 상처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쟤는 뜨려고 별짓을 다한다'라는 하는 말들을 '아, 사람들이 내가 부러워해서 질투하는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간관계나 사회경험이 어떠한 이유로 그 나이 때보다 빈약하다면 자신의 좁은 울타리 안에서 주관적으로 해석하기 쉬워진다. 이것이 갖는 문제는, 상대를 미리 오해하고 차단한다는데 있다. 이렇게 되면 자신 안에 갖고 있는 세상이나 타인을 바라보는 오류나 정확하지 않은 시선을 새로운 경험을 통해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그녀가 오해를 받으면, 오해라는 생각과 오해를 받았을 때 감정을 분리해서 말해본 경험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즉 '너의 생각은 오해지만 나의 감정(기분)은 나쁘다', 라는 식의 표현 말이다. 오은영 박사의 말처럼 그녀는 이제껏 살면서 오해를 받으면 이러한 생각과 감정의 분리 연습을 생략하고 그냥 상대의 말을 흡수해버렸다고 한다. 이런 패턴은 과거 초등학생 일 때 경험한 따돌림과 엄격했던 부모의 양육방식에서 그 깊은 뿌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돌림은 전적으로 가해자들의 잘못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어린 시절의 이 같은 폭력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잘못이나 실책이 원인이라고 받아들인다. 김경란 역시도 아무런 잘못도 이유도 모른 채 따돌림 경험을 겪으며 이것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주지화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했던 것으로 진단했다. 주지화란 이성적이고 이론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지적으로 해소하려고 하는 경향을 말한다. 따돌림에는 아무런 합당한 이유랄게 없으니 도대체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를 찾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마음의 불편함이나 불안감이 생긴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를 상쇄하기 위해 우리가 취하는 심리적 행동을 바로 방어 기제라고 부른다. 김경란의 주지화 성향은 아나운서 이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생겨난 것이다. 자신의 실책이나 잘못으로 돌리면 그때서야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받아들인 뒤 '내가 정직하고 올바르게 계속 행동한다면 언젠가는 오해가 풀릴 거야'라는 하나의 가치관이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엄격했던 부모님의 영향이 더해졌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김경란의 삶 전반에 강한 통제력을 행사하면서, 학교를 떠나 성인이 되어 여러 사회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이나 가치관을 세울 기회를 박탈된 셈이다. 부족한 사회 경험과 부정적인 대인관계 경험을 가진 그녀가 세상에 나가면서 크고 작은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점점 더 사람을 만나는 일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세상 경험치가 부족하니 사람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심리적 불안이나 불편감은 (그것이 설령 오해라도) 자신의 실책과 잘못으로 돌리는 방어기제 습관으로 굳어갔다. 김경란의 아버지나 어머니는 지나치게 '안전'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통제하고 감옥처럼 살게 만들었다. 이런 부모의 지나친 통제는 김경란과 부모 사이 관계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의 자신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생각, 의견을 만들어나갈 시기에 이런 부모와의 마찰과 갈등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그녀 인생이 어떻게 보면 낭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은영 박사는 김경란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자신의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살펴본 어린 시절 따돌림 경험과 부모님의 엄격한 통제 방식이 엮여, 자신이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게 합당한 건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것.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결국은 가장 밀접한 정서적 감정적 교류를 나눠야 할 결혼 생활에서 큰 어려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말을 흐리는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녀는 남들이 선망하는 아나운서라는 번듯한 이미지로 살아왔지만, 실상은 세상을 읽고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감정에 대해서도 알아차리지도 못하거나 확신도 못하는 진퇴양난 속에서 불행하게 산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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