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품은 채로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대상인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존중을 받은 아이는 이후에도 건강한 대인관계와 삶의 문제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힘이 있다. 부모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는 커서도 대인관계와 어려 부분들에서 어려움과 혼란을 빚는다. 나아가 심지어 부모로부터 학대와 방치, 폭력을 당한 아이는 어쩌면 평생 마음에 남은 상처를 안고 힘들게 살아간다. 이처럼 아이에게 있어 부모의 역할이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가 부모에게 있는 것이다. 자식의 입장에서 인간 생명이라면 당연한 의존적 욕구의 대상이 바로 부모이기 때문에, 이 부모가 어떻게 교육하고 양육했는지에 따라 욕구가 충분히 채워질 수도, 그렇지 못하고 마음 가운데 구멍을 남긴 채 성인이 돼서도 이 결핍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방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존재하는 걸까. 내 생각엔 부모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말만 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부모라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영향을 준다면 아이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대다수는 어쩌면 부모님의 부족한 혹은 잘못된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품은 채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닐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본성이고 본능이라, 자식을 사랑한다는 마음과 의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대부분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남은 상처와 결핍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걸까. 이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의문을 고민하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부모
나는 스물 한 살부터 10년간 심리 상담을 받아왔다. 꾸준히는 아니어도 그때그때 부딪혀야 하는 현실의 문제들과 심리적 괴로움이 발생할 때마다 치유하고 해결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 만나는 걸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외로웠던 탓이 컸다.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을 갖는 이유는 결국엔 나 자신에 대한 혐오와 부정 때문이었고, 이는 부모로부터 영향받았음을 알아갔다. 조금씩 나를 이해하며 나의 상황과 생각들과 감정들을 인지하면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알아차린 것들도 많았고, 삶과 인간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되었다. 지금은 명상을 하면서 매일 마음과 몸을 챙기고 있다. 많은 눈물도 흘리고 통곡하며 울기도 하고 화를 주체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결국 부모는 완벽하지 않은 한 명의 인간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부모와 관계가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투닥거려도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방송을 자주 챙겨본다. 결혼이나 2세에 대한 생각은 없지만, 다시 한번 부족했던 내 부모와 그 아래 영향받은 나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 오은영 박사님이 얘기한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으로 분노하고 오해하고 무력하기를 반복했다. 부모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에서부터 부모가 나를 사랑하기는 했나, 하는 의구심까지 20대 전체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사람 전반에 대한 불신과 증오, 혼란스러움과 원인 모를 절망감이 들었다. 다른 어떤 관계에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
완벽한 부모는 가능하지 않지만, 좋은 부모는 가능하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는 가장 사랑스러운 약자다.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는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고 사랑받아야 하는 절대적인 의존적 욕구의 대상이다. 오은영 박사는 질문한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과연 있을까, 그게 가능한 얘길까, 부모로부터 받은 크거나 작은 상처들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왜 어른이 된 우리는 이 상처로 힘들어하며 또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은 조금 무겁지만, 지금 우리가 자신을 알아가고 성장하고 또 행복하게 앞으로 살기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다. 부모는 아이에게 절대적인 존재이며 때문에 부모로부터 받은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론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채워지지 못한 결핍 때문에 서운하고 섭섭하고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양가감정 속에서 부모를 미워하는 마음을 느껴도 괜찮다고 오은영 박사는 말한다. 부모를 미워한다고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그 역시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말한다. 학술적 용어로 '좋은 부모'란, 충분히 좋은 돌봄과 보듬어주는 환경을 제공하는 부모라고 한다. 독립된 개채로서 아이를 인정하고 생각과 느낌,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좋은 부모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에게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차리고, 그래서 이 성장하는 과정 중에 아이의 내면이 건강해지고 내면의 힘이 생길 수 있도록 그 과정을 돕는 것이 좋은 부모다.
치유의 시작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이에 따른 마음과 이것이 나의 삶에 끼친 영향을 잘 알아차리고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데서부터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면 자녀의 상처가 모두 부모의 탓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부모는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것, 그래서 아이가 겪는 어려움 중에 혹시 내가 영향을 준 것은 없었을까, 하고 부모 스스로 되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부모-자식도 관계와 상호작용이기에 서로의 입장과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상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존중 속에서 관계가 이루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아이는 부모의 보호와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약자다. 그러므로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부모의 본능과 욕구이기도 하지만(이런 이유만으로 자식을 소유물이라고 착각하거나 자기의 가치관대로 통제하려고 하는 부모가 많다), 새롭게 태어난 독립된 개체(사람)로서 인정하고 배려하는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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