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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자/정신 및 마음건강

번아웃과 창작 활동 - 김윤아

by 마음 여행자 2022. 4. 15.

금쪽상담소-김윤아-출연분
금쪽상담소-김윤아-출연분

 

 

자우림 김윤아, 그녀의 상처와 아픔



밴드 자우림은 1997년 데뷔해 지금까지 25주년을 된 우리나라 장수 밴드다. 멤버들의 변화가 조금씩 있었지만 보컬 김윤아가 곧 자우림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밴드 활동뿐만 아니라 개인 음악 작업도 활발하게 해오고 있다. 데뷔곡 <헤이 헤이 헤이>는 경쾌한 리듬 속에 김윤아의 사랑스럽고 발랄한 표정과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이후 학교폭력과 자살, 아동학대 같은 어두운 사회 이면과 사랑받지 못한 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노래들,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우리에게 사이다 같은 일탈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곡들까지 폭넓고 다양한 분위기의 노래를 선사했다. 발매하는 앨범마다 그녀의 주제의식은 언제나 강렬하고 뚜렷했으며 듣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과 위로를 주었다. 그러나 데뷔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음악을 이어왔지만, 중간중간 휴식기가 잦았고 활동은 예상할 수 없이 불규칙적이었다. 최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한 김윤아는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개인의 내밀한 사연과 상처를 용기 있게 고백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그녀는 자신의 음악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깊은 회의감과 무력감을 느꼈다고 한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자우림 김윤아는 그때를 계기로 자기 음악의 무의미함과 쓸모없음, 세상과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에 빠졌다고 말한다. 이후 각종 신경통증과 수면장애, 소화장애 같은 극도의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 속에 힘들어했으며 자주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음악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쉬지 못했을까. 왜 번아웃을 겪으면서까지 활동을 이어가야만 했을까.




번아웃과 창작 활동


번아웃의 뜻은 지나치게 열성으로 일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것을 말한다. 번아웃의 사전적 뜻인 완전히 다 타다, 라는 의미로 비춰보면 정신적 에너지의 탈진 상태라고 보면 된다. 어떤 계기로 개인적 사회적 기대를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하고 성취감이 생기지 않을 때 자주 일어난다. 자우림 김윤아는 이런 번아웃의 뜻과 원인을 살펴볼때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직무인 음악 활동에 근본적인 의문이 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창작 활동에 몰두해오던 그녀가 예술이 줄 수 있는 위로와 변화의 힘에 회의감이 들었고 개인적 사회적 기대에 스스로 충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무기력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김윤아의 창작 활동이 어린 시절의 상처와 아픔에서 비롯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해소하는 자기 치유제 역할을 했는데, 2014년을 계기로 음악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과 무기력증이 들면서 개인적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와도 연결되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창작 활동은 그녀에게 아픔을 발산하는 유일한 통로였는데 사건 이후 반대로 번아웃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녀가 번아웃이 오면서도 창작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윤아에게 음악을 창작하고 부르는 행위는 자기 치유의 역할도 한 것이기 때문에 쉽게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회의로부터 오는 무기력증을 겪으며 이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사건 이후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심한 무력감과 슬픔, 세상에 대한 회의감과 무의미함으로 들이닥쳤다.

 

 

이후 그녀가 자신의 음악 작업에 있어 스스로 의미 없음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엔 창작자가 고민하는 예술과 현실 사이의 갈등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세월호 사건은 그녀의 어린 시절과 연결되어 있었다. 무력감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촉발시키고 강화시켰다. 그녀는 폭력적인 아버지의 통제 아래 자랐다. 억압과 통제라는 정신적 감금뿐만 아니라 목공소에서 사이즈별로 매를 만들어 어머니와 여동생, 자신을 때리는 물리적 폭력을 행사할 만큼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되었다. 그 당시 어린 그녀가 아버지로 비롯되었을 세상과 자신에 대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자식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부모가 반대로 자식의 생명을 위협하는 어처구니없이 상황으로 몰고 갔다. 잘못은 아버지에게 있다. 그리고 어린아이에게 잘못은 없다. 이것은 명백하다. 어른인 부모가 사랑과 보호가 필요한 아이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녀는 세월호 사건을 보며 무력했던 어린 김윤아를 투영시킨 듯하다. 그 시절 그녀에겐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일한 도피처였다. 이후 음악이라는 창작 행위는 내면에 억눌린 분노와 증오를 분출하면서 자아의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정화제였다. 또한 통제와 폭력 속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무력한 김윤아라는 존재가 스스로를 구원하는 행위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녀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였다. 그래서 음악이라는 창조 활동은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의 생명력을 회복하고 삶을 끈질기게 붙들게 한 동아줄인 셈이었다.

 

김윤아에게 있어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것은 창작자의 일 그 이상이었다.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발설하면서 정화시키는 자기 치유제이자, 무력했던 자신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삶을 이어나가게 하고 상처받고 죽어가던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자기 구원의 활동인 셈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행위를 중단할 수 없다. 음악을 창조하고 대중 앞에 큰소리로 표출하는 행위를 중단할 수 없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내린 진단과 처방처럼 그녀가 마음에 쌓이는 무기력증을 현명하게 덜어냈으면 좋겠다. 아픔과 상처 속에서 자기 생명의 에너지를 끈질기게 붙들어 승화시키며 삶을 살아가는 그녀를 응원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정화하고 구원시키는 그녀의 노래는 자신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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