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장애
KCM 창모는 음악활동 이외에도 항상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KCM 창모 편은 그가 항상 이어폰을 빼지 못하는 내밀한 속사정과 아픔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KCM 창모는 그가 불과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죽음을 겪었다. 아버지와 그의 관계는 친구보다도 친근했으며 함께 즐거운 추억들을 쌓았다. 그렇게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은 창모의 기억에 생생하다. 늘 함께 곤충 채집을 다니면서 아버지가 잠자리를 잡아주기도 했는데, 그날은 이제 스스로 잠자리를 잡아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혼자 나갔다고 한다. 그 사이 아버지는 늘 하시던 약주를 하고 계셨는데, 몸상태에 좋지 않았던 탓에 술을 드시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나이는 38살이었고, 창모는 12살 아직 너무 어린 나이였다. 그는 지금까지 아버지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 죄책감과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때 약속대로 아버지와 함께 잠자리를 잡으러 갔더라면, 그랬더라면 아버지가 약주를 드실 일도 그래서 돌아가실 일도 없었을지 않았을까 그는 얘기한다. 예상치 못한 아버지와의 강제 분리 경험은 창모에게 어른 분리불안 장애의 형태로 남아있다. 분리불안 장애는 개인이 중요한 대상과의 애착 형성하는 과정에서 분리를 겪은 뒤 과도한 불안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영아에서 3세까지 나타나며, 나이가 든 청소년이나 성인에게 병리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창모의 애착 유형은 아마도 안정형 애착으로 대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지금의 창모에게 어른 분리불안의 형태로 남게 되었다.
어른 분리불안
아버지와 애착 형성 과정 중에 발생한 죽음이라는 강제 분리는 어른이 된 지금 분리불안의 증상으로 남아있다. 이 분리불안은 어머니를 대하는 그의 행동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성인이 된 지금, 창모가 이어폰을 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프신 어머니가 자신에게 연락했을 때 받지 못할까 봐 하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 여전히 어른 분리불안 형태로 그에게 남아있는 것이다. 그가 이어폰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불안한 창모 자신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며,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어머니에게 119 전화번호를 단축키로 지정시켜서 위급 상황 시 바로 119에 연락할 수 있게 연습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방법이 어머니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항상 창모가 연락을 받는 상태로 대기하는 것보다 현명한 방법이다. 어머니에게 연락을 받은들 창모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 시간에 만약 위급한 상황이라면 119에 스스로 연락을 취하는 게 옳은 일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걸까. 아마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마지막 날의 죄책감과 후회로부터 아버지를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죽은 아버지의 나이보다 나이가 든 어른 창모의 내면 일부에는 그때의 12살 창모가 남아있다. 사랑했던 아버지의 허망한 죽음 이후, 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그리운 마음이 그대로 어머니에게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그때 잠자리를 잡으러 혼자 가지만 않았더라면, 아버지와 함께 했더라면 하는 깊은 후회가 이어폰을 귀에서 빼지 못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이어폰을 항상 귀에 꽂고 있어야 하는 마음 깊은 곳엔 아버지가 죽은 날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폰은 어머니와 창모의 심리적인 연결고리이면서, 애착 대상인 어머니와 떨어져 있을 때 생겨나는 창모 자신의 불안을 달래는 행위였던 셈이다. 그때와 같이 연락을 받지 못하고 어머니가 혼자 있을 때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현실적인 대안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심리적 분리불안을 위한 행동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다. 12살에 겪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애착 대상이었던 아버지와의 강제적 분리 경험이었으며, 애착 대상을 어머니에게로 옮겨 성인 분리불안 증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별 후 상실감 극복, 애도 치료가 필요하다
어른 분리불안 증상을 갖고 있는 지금의 창모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와의 이별 뒤 느낀 상실감을 충분히 애도 작업이다. 애도 치료는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이별 상실감을 경험한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오은영 박사가 말하는 잘 떠나보내기 작업이 바로 애도 치료를 말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별 당시의 죄책감과 충격으로 인해 이별한 대상에 대한 또는 자신에 대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충분한 애도 치료는 상실감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관계가 친밀하고 신뢰나 믿음이 단단했던 사람들은 잘 떠나보내기도 한다. 잘 떠나보낸다고 해서 기억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떠나보내면서도 마음 안에 행복하고 좋았던 인연과 기억들을 단단히 마음에 새기고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잘 간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후의 자신의 삶과 일상을 잘 살아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어머니에게 분리불안 증상이 남아있는 KCM 창모는 애도 치료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어른이 된 창모는 너무나 소중했던 아버지를 상실했을 때의 마음, 그 마음의 일부는 아직 내면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실감을 극복해야 할 때다. 12살 창모가 느꼈을 이별 상실감과 죄책감, 후회를 멈추고 달래줄 때다. 오은영 박사의 진단은 12살의 창모와 잘 이별하기, 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때 어린 창모가 느꼈던 아버지에 대한 아픔과 슬픔, 그리움과 미안함 등 여러 가지의 복잡한 감정들을 보듬고 추스르는 것. 그리고 아버지와의 행복한 추억들과 사랑의 마음, 그리움은 그대로 다 간직한 채 아버지를 잘 떠나보내 주는 것. 이것이 지금의 창모를 위해서, 어머니와 창모의 관계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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