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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자/정신 및 마음건강

핫펠트 예은, 용서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

by 마음 여행자 2022. 8. 27.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22회분에 원더걸스 멤버였던 핫펠트 예은이 출연했다. 예은은 아버지와 연관된 사건들과 오래 묵은 감정들을 토해내며 용서의 의미와 필요성, 용서하는 방법 등을 다뤘다.

 

 

 

용서의 의미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핫펠트 예은 편에서는 그녀와 그녀 아버지 관계 문제와 용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고민이라고 한다. 용서의 의미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갖는 감정과 태도의 변화를 통해 자발적이고 의도적으로 가해자를 향한 증오와 분노, 공격성, 분노 같은 부정적 정서를 버리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금쪽상담소-핫펠트-예은-출연분
금쪽상담소-핫펠트-예은-출연분

 

용서는 관계 회복이라는 화해와 다르고, 용납이나 이해 받음과도 다르며, 법정에서 사면 같은 것과도 다르다. 그러니까 용서의 진정한 의미는 지극히 피해자 입장에서의 개인적인 일이다. 가해자에 대한 공격적이며 부정적인 감정과 태도를 버리는 것을 말한다. 용서가 갖는 성질에는 자발성과 의도성이라는 성질이 중요하다. 즉 외부의 권유에 의해서 결정될 성질이 아니며 철저히 피해자 개인의 자발적 태도 변화와 의도성을 띤다.

 

'용서'라는 단어가 존재하려면 누군가가 어떤 한 사람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와 상처를 준 뒤에만 생겨날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거운 의미를 지닌 용서를 당사자가 아닌 주변 누군가가 하라고 권하고 요구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닌 것이다. 용서하기, 혹은 용서를 하지 않기는 온전한 피해자의 권리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용서'라는 단어는 담고 있는 맥락과 상황 그리고 의미에 비해 너무 쉽고 가볍게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미디어나 종교에서 용서, 혹은 용서하기에 관한 주제를 다룰 때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섣부르게 판단하고 가치 매김 하는 일은 지양하고, 용서란 무엇인지에 생각해볼 공간을 만들어 주는 선이 적당하다. 현재 그녀의 아버지는 사기 전과로 5년째 감옥에서 수감 중이다. 그녀 인생의 첫 번째 기억은 여섯 때다. 어머니는 집에서 울고 있었고 교회 집사와 바람을 피우다가 집사 남편에게 발각되어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기억이다.

 

 

 

이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을 하고, 예은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란 존재가 부재했으며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이후 오랫동안 아버지란 존재를 지우고 살았던 예은은 또다시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다. 그녀가 앨범을 낼 때마다 Thanks to에 한 번도 아버지를 적지 않았는데, 그게 화가 난 나머지 예은에게 협박성 말을 했다고 한다. 회사 앞으로 가서 가수 예은이 부모를 무시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기자회견을 열어 폭로하겠다는 것이다. 예은은 딸을 향한 아버지의 저주에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큰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어머니는 예은에게 왜 아버지에게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는데, 아버지를 감싸는 어머니의 말과 태도에 예은은 충격과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이미 네 아버지를 용서했으니, 너도 그만 용서를 해라. 그녀 어머니의 말이었다. 

 

 

 

 

 

용서해야 하는 진짜 이유

 

심리학이나 덕의 관점에서 용서는 용서하는 사람 자신을 위한 일임을 강조한다. 즉 마음이 부처나 예수님 같이 넓어서 자신에게 준 상처와 고통을 모두 용서할 수 있음을 뜻하지 않는다.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피해자 자신의 정서나 건강에 이점을 주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핫펠트-예은-금쪽상담소-출연분
금쪽상담소-핫펠트-예은-출연분

 

예은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용서했다고 한다. 미워하는 것도 지치는 일이고 그를 만나 세 남매를 낳게 한 것까지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 자신과 자기 삶을 위해 남편을 용서한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용서를 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를 얘기했다.

 

첫 번째는 내 마음속의 있는 깊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나에게 치명타를 준 상대방이 두렵고 무서울 때가 있는데, 내가 상대를 용서함으로써 그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오히려 용서함으로써 우위를 선점했다는 인지 때문에 그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마음속 응어리진 분노, 적개심, 증오, 미움과 같은 감정들을 오래 지니고 살아가면 몸에 질병이 든다. 용서라는 방법을 통해서 자신의 해결하지 못했던 버거운 감정들에 접촉하고 다뤄봄으로써 마음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고통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마음이 넓고 깊어서라기보다는 엄밀히 자신이 살기 위해서 용서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서하기와 용서할 수 없음, 애증의 관계

 

그런데 예은의 마음에서 아버지란 존재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접고 정리한 것이라면, 그녀는 왜 지금 용서라는 고민으로 마음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걸까. 이 부분을 깊이 생각해보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인정하기 어려운 사실을 마주한다. 그것은 바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짓을 하고 깊은 상처와 고통을 준 아버지를 밀어내었던 한편에서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대체로 부모와 자식 간에는 애증의 관계가 많다. 용서하기와 용서할 수 없음, 사랑과 증오라는 양가감정, 이 애증의 관계 사이에서 그녀는 갈등하는 것이다.

 

오로지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고 화가 나고 증오하며 미움의 대상이었는데, 마음 어딘가에는 사랑받고 싶었다는 사실을 마주한 것이다. 아마도 핫펠트 예은은 아버지를 증오하고 미워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생긴 어쩔 수 없이 생긴 그리움의 마음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처음 드라마에 출연해서 충청도 연기를 해야 했던 때, 충청도 사람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자신이 살던 고향에 함께 간 적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 첫 경험에서 예은은 아버지에 대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삶과 상처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그녀는 처음으로 이제까지 남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서 이해해본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관계의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의 사기 사건이 일어났고 예은까지 피의자로 고소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사건 자체만으로도 예은은 마음고생을 했을 테지만 그녀를 더 아프게 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평생 아버지의 자리를 비워두고 살았던 예은이 잠시나마 힘들게 아버지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짧은 시간 함께 보냈는데 자신까지 사기죄로 고소를 당하는 일을 겪었다. 그래서 예은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증오로 바뀌었고 씻을 수 없는 배신감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미움으로 자리했다. 잠시나마 나에게도 아버지란 존재가 있구나 하고 느꼈는데, 그런 일을 당한 예은은 한때나마 용서하고 마음의 문을 열었던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했다. 보석금을 요구한 아버지의 편지에서 예은은 자신과 닮은 필체를 발견했고, 딸과 아버지 관계로 지냈던 그 짧았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다시 느끼며 용서했던 자신에게 굉장한 분노와 후회를 느꼈다고 한다. 

 

 

 

 

 

용서하는 법 첫 단계, 미워해도 괜찮다

 

애증의 관계 말고도, 현재 예은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해 용서라는 주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유가 더 있다. 바로 미움의 감정, 배신감과 분노의 감정을 느껴도 괜찮은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다.

 

우리 대부분도 부정적인 정서나 감정은 서둘러 억누르거나 외면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그런 감정을 마음에 갖고 있는 자체만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죄책감까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과 태도로 바라볼 수 있다. 억누르는 대신, 미움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껏 음미해보는 것이다. 부정적이고 해롭다고 느껴지는 감정일수록 안으로 묵히면 병이 되기 쉽다. 그리고 그런 에너지가 강한 감정일수록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럴만한 중요한 이유가 숨겨있는 것이다. 오래 머물러보고 마음껏 음미해볼 때, 그 감정에 담긴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속에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성장하게 만들어줄 씨앗도 있다.

 

그러므로 용서하는 법의 첫 단계는 아이러니하지만 미움, 증오, 분노 같은 부정적 정서에 마음껏 느끼는 것이다. 마음껏 미워해보는 일이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미워해도 괜찮다. 오히려 이 과정은 자신의 분노를 수용하고 머무름으로써 자기 안으로 소화시킬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자신 안에 있다면, 이 감정에서 서둘러 벗어나기보다 갖고 있으면서 느껴도 보고 생각도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살아갔던 방법은 자신의 바운더리 밖으로 밀어내는 것,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누르며 음악으로 표출하고 치유했던 것이다. 그런 탈출구나 지지대가 인간에게 필요하다. 그녀는 음악 덕분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치유는 상처 속에 담긴 미움과 증오심을 그대로 수용하고 음미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우리가 안고 살아가는 힘든 감정들은 꾹꾹 누르고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힘든 감정을 꺼내놓는다고 해서 바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지금 아버지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있다면, 너무 빨리 그 마음을 내보내려고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음식을 소화시키듯, 다소 싫은 감정이라도 그 과정 속에서 자기 안으로 소화되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소화가 되었을 때, 미움이라는 감정에 담긴 다양한 면들을 발견하면서 자신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서둘러 억누르거나 내보내려고 하면 힘든 감정들은 해소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충분히 미워해도 괜찮다. 자신의 버거운 마음을 소화할 수 있는 그릇은 바로 자기 자신이 준비하는 것이다. 용서하는 법 다음 단계로 넘어갈 상태를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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