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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자/정신 및 마음건강

강박증 치료 과정 - 강박증과 강박적 성격은 다르다

by 마음 여행자 2023. 2. 16.

강박증 치료 과정에서 호전세를 보이는 변곡점은 어디일까. 심한 강박증상으로 3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약물치료와 5분 남짓한 의사와의 짧은 상담이 전부다. 여전히 치료 중이지만 길다면 긴 과정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강박증에 대한 짧은 이해

 

강박증은 크게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둘은 끈끈하게 엮어져 있어 서로를 힘들게 한다. 강박사고란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생각, 욕구, 이미지, 충동, 등의 생각으로 인해 불쾌함과 불안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의도하지 않은 생각'은 머릿속에서 그리고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자체만으로 엄청난 불안과 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강박행동이란 이런 강박사고에 의한 불안과 괴로움을 제거하거나 낮추기 위한 일련의 행동들을 말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오염에 대한 강박증이다. 일종의 결벽증상과 유사하다. 예를 들면 누군가와 맨손으로 악수를 하거나, 공공장소에서 무언가를 만진 뒤에 마치 세균에 의해 자신이 오염되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에 손을 몇 번이나 씻거나, 외출 시 한 여름에도 장갑을 끼고 나간다. 손을 씻는 행위, 장갑을 끼는 행위는 강박사고로 촉발된 불안을 통제하려는 '강박행동'에 해당한다.

 

 

 

 

 

강박행동과 강박적 성격 구분

 

결벽증? 강박증? 둘의 정확한 개념 정의는 무엇일까. 흔히 나 결벽증 있는 거 같아,라고 말할 때 이는 병리학적인 강박증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는 환자가 강박행동과 강박적 성격의 미묘한 차이를 감각적으로 깨닫고 인지적으로도 명확히 알아차는 것과 관련 있다. 지독한 강박증의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강박증상을 악화시키는 강박 행동은 명백히 '심한 정도의 불안'을 동반하며, 이를 없애기 위해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행동'을 말한다. 불안해서 미칠 것 같기 때문에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 괴롭다. 반면 강박적 성격은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이 그렇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향 또는 기질을 말한다.

 

 

즉 강박증은 '스스로 원치 않은 생각, 의도치 않는 생각'으로 촉발되는 불안으로 이 불안을 억누르기 위해 마찬가지로 '원치 않는 그 행동'을 해야만 하는 것을 말한다. 둘 사이는 약간 미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확실히 구분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꽤 희망적이다.

 

 

 

나의 사례 - 꼼꼼한 성격? 완벽주의 성향?

 

나는 어렸을 때부터 꼼곰한 성격이었다. 물론 이 성격이 타고난 것인지, 부모의 영향 탓인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어쨌든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학교에서 챙겨 오라는 준비물 목록을 빠짐없었고 적었고 몇 번씩 되뇌었다. 또한 전날밤 다음날 시간표에 따라 1교시 2교시 3교시 순으로 교과서의 순서를 맞춘 뒤 가방에 짚어 넣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세팅'해야만 했다.

 

가방 안에 교과서들이 시간표에 따라 정렬되었는지, 챙겨 오라는 준비물은 빠짐없는지 다시 노트 펼쳐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그렇게 해야만 내 마음이 편했다. 이런 습관은 고등학교까지, 대학교까지 이어졌다. 내가 괴로웠을까? 아니었다. 그것은 내 성격의 일부로 '그렇게 해야만 직성이 풀렸고 만족감을 얻었다'. 이런 행동은 전혀 괴롭지 않았으며 심지어 자기 만족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여기서 만약 위에서 보이는 일련의 행동들이 병리학적인 '강박증'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동에는 의지 또는 의도가 들어가 있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불안함을 견디지 못해 일어나는 행동이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가방 안에 모든 것이 빠짐없이, 정해진 위치에 놓여야 하며 순서에 따라 반드시 정렬되어야만 하는 이 행동이 전혀 괴롭지 않았다. 그렇게 하길 내가 원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신의 성격에 스스로 피곤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강박증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보다는 강박적인 성격 혹은 완벽주의적 성향에 가깝다.  

 

 

지난한 치료 여정 중에, 자신의 강박행동을 하면서도 이건 내 꼼꼼한 성격이고 이렇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향 탓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떤 경계 사이에서 이건 내 성격에서 기인했구나, 아 이 시점부터는 강박증이구나 확실한 차이를 느낄 때가 온다.

 

 

 

 

 

 

강박증은 사람을 '미쳐버리게' 하는 병이다.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겪는 자신도 납득할 수 없는 우스꽝스러우며 외로운 병이다. 심한 자책,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강박행동) 악순환의 늪 깊숙이 자신을 밀어 넣는다. 앞으로 만약 내가 정말 정신이 미쳐버리지 않는 이상, 강박증과 관련된 글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누군가는 여전히 홀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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