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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자/정신 및 마음건강

분노조절장애와 부정적 감정 다루기, 자기확신

by 마음 여행자 2022. 5. 7.

 

 

 

 

 

 

 

 

분노조절장애, 간헐적 폭발 장애

 

우리가 흔히 통칭해서 쓰는 분노조절장애의 의학적 정식 명칭은 간헐적 폭발 장애다. 간헐적 폭발 장애는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이다. 흔히 부르는 분노조절 장애라는 명칭은 이 질환에 정확하지 않은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우리는 단순히 분노를 잘 참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을 가리켜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라고 말하지만 정식 명칭인 간헐적 폭발 장애라는 의미를 잘 살펴보면 단순히 분노를 잘 참지 못하는 성질은 아니다. 물론 간헐적 폭발 장애의 증상은 화를 잘 참지 못하고 자주 내는 경우도 있지만, 기리보이처럼 오히려 화를 너무 참다가 폭발하듯 터지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분노조절 장애가 발생하는 의학적 원인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이를 이성적으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전전두엽의 소통 문제라 할 수 있다. 분노조절 장애는 선천적 기질이 원인인 경우가 다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분노조절 장애는 어린 시절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고 이를 지속적으로 억압했을 때 발생하는 후천적 환경 원인도 있다. 기리보이는 후천적인 원인으로 보이는데 너무 어린 시절부터 전전두엽에 과한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기능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화를 참는 것에 너무 오래 익숙해진 결과일 수 있다. 겉으로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아도 편도체는 분노를 느끼기 때문에 전전두엽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쌓이면 폭발해버리는 것이다. 상습적으로 화를 내는 사람도 고위험군이지만, 기리보이처럼 오히려 화를 너무 오래 참다가 폭발하듯 터져버리는 사람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리보이가 보이는 분노조절장애, 간헐적 폭발 장애의 증상은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는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분노를 표현하지 않고 안에 쌓아두다가 위험할 정도로 폭발시키는 특징을 보인다. 그는 처음엔 차분하게 있다가 입이 트이기 시작하면 욕설을 내뱉거나 소리를 지르고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벽을 친다던가 문을 부수기까지 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도로 위로 뛰어들 생각까지 들 정도 치미는 분노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았던 분노를 폭발하듯 일시에 터트리는 지경에 이르면 이미 전전두엽의 이성적 조절이나 통제 능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성적일 때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과격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것이 특징이다. 판단 및 사고 능력이 마비된 상태로 오로지 자신의 분노를 터트리는 것밖에 눈에 있어오지 않는 상태다.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입힐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들이 정신을 차리면 드는 감정은 대부분 자책과 우울, 죄책감을 갖는다. 이런 간헌적 폭발 장애의 특징은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이 평소에는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맞닥트리면 순식간에 폭발하는 것이다. 기리보이 역시 평소에는 온순하고 평온하게 보이지만 이는 다만 불만이나 분노를 참아내는 경우일 가능성이 있다.

 

 

 

 

 

 

부정적 감정 다루기

 

분노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다. 문제는 언제 분노를 느끼며, 어떻게 분노를 표출하는지를 스스로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대체로 무언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받거나, 무시당한다고 느끼거나, 부당한 일들 혹은 억울한 상황에서 분노를 느낀다. 기리보이가 가장 열받고 참을 수 없는 상황은 바로 음악 작업 중에 울리는 전화 벨소리라고 한다. 완전히 몰두하는 자신의 세계를 무례하게 침범한다고 여기게 돼서 참을 수 없이 분노가 치민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표출 방법은 생명에 위협이 될 만큼 위험하다. 기리보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분노를 느끼는 지점들은 충분히 공감되고 납득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표현하지 않고 쌓은 뒤에 폭발하는 데 있다. 분노는 부정적 감정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화가 나거나 분노를 느끼면 부정적으로 여기게 교육받고 부정적으로 다뤄지는 것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감정들, 이를테면 슬픔이나 자기 상처나 외로움 등을 솔직하게 얘기 나누고 수용받는 경험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대부분은 무시하거나 자책하거나 부끄러운 어떤 것으로 여긴다. 대부분 어른이 되어도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다뤄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그런 감정들이 자신에게 느껴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기쁨과 즐거움, 행복처럼 부정적 감정도 건강하게 다루고 표현할 수는 없는 걸까.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면하게 되면 혹은 분노를 참기만 한다면, 간헐적 폭발 장애와 같은 증상을 겪게 된다. 분노가 아닌 다른 감정도 마찬가지다. 단지 분노가 아니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기리보이는 시도 때도 없이 분노나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다. 처음에는 참고 또 참다가 그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0에서 100까지 한 번에 폭발시키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 유형이다. 그렇게 폭발된 분노는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나가기 마련이다. 특히 분노라는 감정은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면 마음의 감옥에 가둬지게 된다. 해소되지 않은 분노는 일상생활, 정신건강, 대인 관계 등에서 부정적 영향을 준다. 분노가 안으로 누적되기 전에 조금씩 해소시켜야 하는데, 그는 자신의 분노나 화와 같은 감정 혹은 생각이나 의견 요구 사항들을 잘 말하지 않고 참고 있으므로 문제가 된다. 말하지 않고 참고만 있다가 급발진된 분노를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감정이나 의견, 요구사항을 솔직하게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이 사람이 어떤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기리보이 입장에서는 주변에서 무례하게 자신의 세계를 방해하고 침범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특히나 공동작업을 해야 하거나 업무를 함께 할 경우, 사전에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들을 말로서 표현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언제나 절충이라는 게 있다. 특히 함께 하는 작업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게 절충이 안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기주장이나 의견 혹은 기타 요구들이 고지가 되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들은 나쁜 의도를 갖고 행동한 것이 아님에도 안전하다고 여기는 본인의 바운더리 경계를 자꾸만 넘어오게 된다. 그러니까 기리보이가 분노를 폭발시키는 특성에는 누군가를 헤치려는 공격성이 아니라 자신의 울타리, 본인만의 작업 영역 등과 같은 자기만의 세계에 무례하게 침범하는 것에 대한 짜증과 분노에 가깝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가 어떤 의견이나 요구들을 말로 표현하지 않으므로 그가 원하는 것, 지켜줬으면 하는 것들을 알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자기 확신의 상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자기 마음이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상황을 얘기하고 거기에 맞게 안정감을 유지하도록 절충하는 게 맞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왜 기리보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요구를 당연하게 느끼지 못하는가. 단지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나 어색하다는 차원이 아니다. 여기에는 어떤 자기 확신이 결여되어 보인다. 왜 그는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당당하고 당연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기 확신 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리보이의 MMPI 결과, 그는 높은 불안도를 보이고 있으며 상대가 악의적 의도가 없음에도 불안이 높아진 나머지 의심과 경계 불신이 증가했다. 이 불안감은 상대가 나를 공격할 거라는 불안이 아니라 상대의 의도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불안이다.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이렇게 상대의 반응을 의심하고 불신하게 되었을까. 기리보이에게 있어서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행복이고 즐거움 자체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행복과 자유의 영역에 몇 번의 부정적인 평가와 조롱과 상처들을 겪으면서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는 몇 번의 비난과 조롱이 그에겐 큰 트라우마로 항상 따라다녔던 것이다. 어느 순간 수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던 그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이 어려워져서 몇 분을 무대 위에서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를 보며 환호하고 응원을 보내는 관객들의 반응마저 한 번 더 생각해 의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리보이는 이 말을 할 때 무척 고통스럽고 슬퍼 보였다. 팬들의 사랑과 인정을 있는 그대로 받지 못하고 의심하는 자신이 싫고 괴로웠을 것이다. 어린 시절 마음껏 자기를 표현하며 즐거움의 공간이었던 무대가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고 어느 순간부터 남의 시선과 눈치를 살피며 마음대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말을 하면서 눈에 눈물이 고이고 말에는 울먹임이 섞여 들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그저 어린 시절처럼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기 음악과 무대 활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반응들은 그를 조금씩 움츠려 들게 했다. 자신이 만든 음악과 노래를 좋아해 주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과 불안, 특히나 창작 영역에 있어서 자기 확신은 창작자나 아티스트로서의 개성을 드러내는데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좋지 못한 경험을 하면서 창작 활동 자체에 확신을 잃어버렸다. 자기 확신이 뚜렷했던 그가 자기 확신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아티스트에게 있어 창작 결과물은 그의 생각과 감정, 가치관이 모두 담겨있는 그 자체다. 그런데 그것이 부정받는 경험을 했다면 마치 존재 전부가 부정당한 느낌이 들었을 거라 짐작된다. 그런 상태는 일상생활의 영역에서도 자기 의견이나 주장, 요구 사항, 감정들에 확신이 들지 않아서 말로 표현하는데 쉽지 않았을 거라 이해된다. 자기 존재가 부정당한 느낌이 들면 자기감정들, 자기 의견이나 주장, 요구 사항들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부정적 평가를 받을 것 같아 불안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나 본성을 표현하지 못하고, 온통 사람들의 평가를 의식하는데 에너지가 소모된다. 마음의 에너지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욕구 생각들을 표현하고 분출시키는데 쓰이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눈치를 보는 방어기제에 더 많은 에너지가 쏠리게 되는 것이다. 마음대로 즐겁게 노래하고 춤으로 표출했던 그가 주변의 비난과 부정적인 평가로 인해 자기 안에 갖고 있던 본연의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마음껏 표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이 되어가면서 부정적 평가에 대한 무서움으로 자기 안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한 번 더 검열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얻는 인정이나 환호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창작과 예술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 속에 눈치 보며 만든 음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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