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다 착각이에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관한 사회 문제, 나아가 능력주의로 포장되고 있는 공정함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여기서는 극 중 권민우 변호사의 발언과 행동들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권민우 변호사 캐릭터는 현실에서 우리가 장애인과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일부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권민우처럼 자신이 편견 없는 사람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불편한 내면의 진실을 마주해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우영우(박은빈)의 특이 행동들을 이야기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영우는 다른 사람의 방으로 들어갈 때, 노크를 하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센 뒤에 들어갑니다. 지금은 시청률이 15%로 육박하는 인기 드라마가 되었고 사람들이 어떤 관점으로 이 드라마를 이렇게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분명 우영우라는 캐릭터의 매력 뒤에는 불편한 사회적 진실들이 있습니다. 우영우의 이런 '이상한' 행동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평범한 비장애인인 우리가 현실이나 일상 속에서 장애인들을 마주치거나 만나볼 기회 없을 만큼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단절되어있으며 차별이 심한지 말했습니다. 우영우의 이 장면은 오히려 장애인이 비장애인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을 의미입니다.

 

 

누구 하나 먼저 장애인 혹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영우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온 것이죠. 또한 이 행동은 영우가 편견과 멸시가 가득한 사회에 적응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식인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먼저 똑, 똑 노트를 한 뒤에 장애인들에게 다가가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권민우 변호사는 처음에는 장애를 가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게 편견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우영우 변호사를 장애인이란 이유로 대놓고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조금씩 본색이 드러납니다. 우영우 변호사가 조금씩 재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한바다나 재판에서도 인정을 받아감에 따라 그의 태도는 바뀌죠. 아마도 자신의 입지에 위협을 느꼈거나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속내를 드러내죠.

 

 

결국 이런 말을 합니다.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화에서 최수연 변호사에게 권민우 변호사가 역정을 내는 장면에서 입니다. 

그의 발언 속에 들어있는 의미는 이것이었습니다. 즉, 장애인인 우영우 변호사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핸디캡을 갖고 배려를 받아 제대로 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죠. 즉, '공정'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에 시청자들은 매우 실망했죠. 권모술수에 이어 권고사직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 그를 비판했죠. 여러분은 정말 영우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부당한 배려와 이익'을 받아 권민우가 영우에게 밀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영우는 따뜻하고 현명한 아버지 아래서 자랐지만 어린 시절부터 사회의 차별과 편견 속에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시골 학교로 옮기든 어디서나 그것은 존재했죠. 시간이 흘러도 이른바 '아, 미안' 놀이같은 괴롭힘만 더 심해졌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사회적 차별과 편견 속에 대학교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도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좋은 스펙을 가졌음에도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거나 배제됩니다. 입사 면접조차 볼 수 없었죠. 이 모든 게 단지 '자폐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김지혜 교수의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어떤 차별은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공정함'으로 포장된다"고. 분명히 우리 사회는, 현실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정하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능력주의'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웁니다.

 

 

이 능력주의라는 말에 담고 있는 의미는 누구든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말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너무 큽니다. 요즘은 능력주의라는 말로 사회의 공정함을 말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을 덮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곳곳에서 바로 이에 반하는 근거와 증인들이 여전히 속출되고 있을까요. 

 

능력주의는 우리 사회가 공정함을 주장하는데 사용했는데, 사실 그것은 불공평함과 불공정함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를 손바닥으로 가리는 치졸한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걸 이미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능력주의는 지극히 편향적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고려하지 않습니다. 결과만 놓고 일률적으로 판단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영우는 온갖 차별이 만연한 사회를 경험했으며, 사회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고 먼저 손 내밀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권민우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입니다. 이 성공이 오롯이 자신의 능력 때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공정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남들보다 출중하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믿고 있죠.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환경과 조건들은 간과한 채로 말이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게 밀리기 시작하자 자신이 믿고 있는 공정하다는 능력주의를 앞세워 역정을 냅니다. 이건 불공평하다고. 영우가 잘 나가는 것은 자기보다 능력이 높아서 그런 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핸디캡과 동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니 위와 같은 저런 발언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이 사회가 실은 불공정하다는 것, 특히 극 중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만연하다는 걸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의 성공을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ATM 사건과 관련된 성과가 자신의 능력보다는 사건 의뢰인과 같은 군부대 출신임을 앞세워 인맥과 연줄이 더 크게 작용했음에도 자신의 능력이라고 자부하고 있죠. 심지어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는 재판 자료는 우영우 변호사에게 공유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는 게임에서 반칙과 같죠. 그런데 외려 이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고 화를 내고 있습니다.

 

 

과연 이 게임은 누구에게 공정하지 않은 겁니까? 이는 과거 송무팀 이준호씨와의 농구 경기 장면에서도 드러납니다. 처참히 진 권민우 변호사는 이준호의 반칙으로 졌다고 항변합니다. 아마 공정함으로 포장된 능력주의를 갖고 있는 이상 그는 이런 맥락을 되풀이할 것입니다.

 

 

그는 우영우 변호사의 살아온 과정을 헤아려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능력주의라는 말은 누구에게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쓰이고, 또 영우같은 사람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권민우 변호사는 선량한 차별주의자였으며, 회가 거듭될수록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로소 '그냥 차별주의자임'을 보여줍니다.

 

 

권민우 변호사의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저 역시도 차별과 혐오주의자입니다. 대상은 다를지언정 분명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음 안에 차별과 혐오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입니다. 인정한다는 말은 그것에 동의하며 그렇게 산다는 말이 아닙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입니다.

 

 

우영우의 고래 사랑에 담긴 의미.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한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고래 사랑(자폐 스펙트럼)